자가면역 질환(autoimmune disease)은 면역계가 외부 병원체가 아닌 신체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병적 상태를 말합니다. 원래 면역계는 외부 침입자(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와 내부 구성요소를 명확히 구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자기(self)에 대해서는 관용(tolerance)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이 자기 인식 체계에 오류가 발생하여 면역세포가 자신의 조직, 장기, 단백질을 항원처럼 오인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전신홍반루푸스(SLE),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전적 요인이 주요한 원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장내 미생물(microbiota)의 변화가 자가면역 질환 발병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인체 장에는 약 1,000종 이상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들의 총 세포 수는 인체 세포 수와 거의 비슷하거나 많습니다. 이들 장내 미생물군은 단순한 공생체가 아니라, 면역계의 발달과 균형 유지에 필수적인 파트너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세포의 분화와 기능 조절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관여합니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은 면역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면역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 생태계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면역 시스템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Dysbiosis(장내 미생물 불균형)**는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거나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Dysbiosis는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과의 연관성이 다음과 같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분자 모방이란, 장내 미생물이 생산하는 단백질 또는 항원이 인체 고유 단백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여, 면역계가 혼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자가면역 질환의 유력한 발병 기전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박테리아 단백질이 자가항원과 유사한 서열을 지닌 경우, 면역계는 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조직도 함께 공격하게 됩니다. 이 기전은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질환에서 제안되고 있으며, 장내 미생물이 자가면역 반응의 촉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건강한 장은 **타이트 정션(tight junction)**이라는 단백질 네트워크로 세포 사이가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어 외부 항원이 체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나 Dysbiosis는 장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타이트 정션 단백질의 기능을 손상시켜 **장 누수(leaky gut)**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 투과성 증가로 인해:
이는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생리적 현상 중 하나이며, **장-면역-자가면역 축(gut–immune–autoimmunity axis)**의 핵심 연결 고리로 여겨집니다.
최근에는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과 악화를 조절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 전략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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