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inflammation)은 우리 몸이 손상이나 감염, 유해 자극에 대응하는 복잡한 생리학적 과정이다. 염증은 면역계가 외부 침입자(병원체) 또는 내부 손상 조직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 치유하기 위해 발생한다. 이 과정은 조직 보호와 회복에 필수적이며, “급성 염증”은 이러한 방어기전의 초기 단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급성 염증은 일반적으로 신속하게 시작되어 손상 부위에 혈류 증가, 혈관 투과성 증가, 백혈구(특히 호중구)의 신속한 동원과 활성화를 동반한다. 염증 부위에서는 다양한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 프로스타글란딘, 히스타민 등이 분비돼 방어기전을 조절한다. 이 과정은 병원균을 제거하고 손상 조직을 정리하여 정상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급성 염증의 대표적인 임상 증상은 발적(홍반), 발열, 부종, 통증, 기능 상실 등으로, 이는 면역세포가 활발히 작용하는 증거이자 치유 과정의 일부이다. 급성 면역반응은 대개 짧은 시간(수 시간에서 수 일 이내) 내에 종료되고 조직은 정상 상태로 회복된다.
반면, 만성 염증은 급성 염증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거나 면역조절 기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만성 염증은 수주에서 수개월, 심지어 평생 지속되기도 하며, 이는 조직 손상을 초래하고 여러 만성 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면역학적으로 만성 염증은 대식세포, 림프구(T세포, B세포), 단핵구, 섬유아세포 등의 만성 염증세포가 주로 관여하며, 사이토카인과 성장인자, 산화적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 파괴와 섬유화가 진행되어 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대장염, 비만, 제2형 당뇨병, 일부 암과 같은 다양한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도 만성 저도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염증 노화(inflammaging)’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염증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급성 염증은 병원체 방어와 조직 치유를 위한 필수적인 면역 반응이다. 예를 들어 감염 시 급성 염증 반응이 없으면 병원균 증식을 제어하지 못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지나치거나 만성화되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키고, 자가면역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염증 반응은 ‘이중날 검’과 같다. 적절한 시기와 강도로 조절돼야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면역학적으로, 염증은 신속한 활성화 단계(급성)와 면역 관용 및 조직 재생 단계(해소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절 T세포(Treg), 항염증 사이토카인(IL-10, TGF-β) 등이 작용해 염증을 종결시키고 조직 균형을 회복한다. 만약 이 조절 기전이 실패하면 만성 염증이 발생한다.
현대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환경 노출, 스트레스 등은 만성 염증의 발생과 악화를 가속화한다. 예를 들어 고지방·고당 식이, 흡연, 비만,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 매개체인 사이토카인의 과잉 분비를 촉진한다.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등 다양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만성 염증 치료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서도 면역 방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이 사용되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생활습관 개선, 항염증 식이(오메가-3 지방산, 항산화제 풍부 식품),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예방과 치료에 핵심적이다.
최근에는 만성 염증과 면역계 균형을 맞추는 정밀 면역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염증 매개 사이토카인 차단제(예: TNF-α 억제제)나 면역조절 T세포 활성화 치료법 등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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