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계는 외부의 병원체뿐 아니라 내부의 비정상 세포까지 감시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을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라고 한다. T세포, NK세포, 대식세포는 평소에도 체내를 순찰하며 손상되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한 세포를 감지해 제거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암은 이런 감시망을 뚫고 자라난다. 일부 암세포는 면역계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무력화시키며, 궁극적으로는 면역 반응 자체를 억제하는 능력을 갖는다. 이처럼 **“면역회피(immune evasion)”**는 암의 성장, 전이, 재발에 핵심적인 전략 중 하나다.
암세포가 면역을 회피하는 전략은 단순한 은폐를 넘어서, 면역 반응 자체를 제어하거나 교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전략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면역계는 세포 표면의 비정상 항원을 인식해 공격한다. 암세포는 이를 피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쓴다.
예:
🔬 결과: T세포가 암세포를 '모른 척'하게 됨
T세포는 MHC I 분자에 제시된 항원을 인식하여 암세포를 공격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 MHC I 분자의 발현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버려 T세포로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
MHC I이 없으면 보통 NK세포가 공격하지만, 일부 암은 NK세포 반응도 억제함으로써 이중 회피를 시도한다.
암세포는 주변 미세환경을 조작하여 면역 억제 상태를 유도한다. 이를 위해 특정 사이토카인과 인자들을 분비한다.
TGF-β | T세포, NK세포, 수지상세포 기능 억제 |
IL-10 | 항염증 유도, 항원 제시 억제 |
IDO (Indoleamine 2,3-dioxygenase) | T세포 활성 억제, 면역관용 유도 |
🧬 암세포가 직접 이들을 분비하거나, 종양연관 대식세포(TAM)를 통해 분비하게 함
암세포는 T세포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역이용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마치 T세포에 졸음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 최근 개발된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는 이 부분을 타깃함
Treg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T세포의 일종이다. 암세포는 Treg의 활성을 유도하여 주변의 **적극적인 면역세포(T세포, NK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
또한 암세포는:
같은 면역 억제성 세포들을 주변에 끌어들여 면역 억제 환경을 강화한다.
암의 면역회피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면역항암치료(immunotherapy) 개발의 핵심이다. 특히 다음의 치료 전략이 이 메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다.
암은 단순히 빠르게 자라는 질환이 아니라, 면역 감시망을 뚫고 살아남는 전략가다.
이러한 면역회피 전략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인 면역항암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 면역학은 더 이상 주변학문이 아니라, 암 치료의 핵심 전선이 된 셈이다.
면역억제제 사용 후 감염 위험 증가의 메커니즘— 면역억제제와 면역방어 체계의 균형 붕괴 — (0) | 2025.06.14 |
---|---|
급성 면역반응 vs 만성 염증: 염증은 항상 나쁜가?— 면역학적 관점에서 본 염증 반응의 양면성 — (1) | 2025.06.14 |
면역 시스템과 림프절: 감기 걸리면 붓는 이유— 우리 몸의 면역 감시탑, 림프절의 역할과 감염 시 변화 — (0) | 2025.06.13 |
면역반응과 백신의 원리: 비활성 백신 vs mRNA 백신 비교— 전통과 혁신의 만남, 면역 보호의 두 가지 길 — (1) | 2025.06.12 |
면역글로불린(IgA, IgG, IgM)의 차이와 진단적 활용— 우리 몸의 다양한 항체와 임상에서의 중요한 역할 — (0) | 2025.06.12 |